"한전 송변전·전력거래소 수급기능 통합" 제안도
감독기관 만들고 소규모 발전 늘려야
대기업 위주 요금지원 체계도 고쳐야
기사입력 2011.09.19 17:44:19 | 최종수정 2011.09.19 18:28:5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정전대란! 이대론 안된다 ③ ◆

정부가 급조된 전력대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국민과 시장의 불안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책임 전가에 급급하는 전력당국과 낙하산 인사로 가득 찬 공기업, 불분명한 보고체제와 낙후된 매뉴얼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모든 산업과 가정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블랙아웃` 현상이 언제든지 초래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여전하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현 전력산업 구조는 견제와 균형, 경쟁과 조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시스템"이라며 "한전의 송ㆍ변전 기능과 전력거래소 수급 기능을 통합해 전력 수급회사를 만들고 한전 판매 부문은 분할해 새로운 회사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또 "영국의 경우 소비자 후생을 위한 전력 부문 감독기구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는 전문 감독기관이 없고 이에 따라 전력당국의 독점적이고 방만한 운행이 거듭돼왔다"고 꼬집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진노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조기 레임덕 현상으로 인해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염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이건영 광운대 교수(전기공학)는 "전력거래소의 경우 예비율을 높이면 높일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고 허수 발전과 예비율 조작도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발전과 송배전 분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이익 중심이냐, 효율 중심이냐에 초점을 맞춰 다시 한번 가치 판단이 필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근대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중앙집중형 발전 구조가 리스크를 노출한 만큼 분산형ㆍ소규모 발전을 확대하고 수요 비중이 큰 산업체들이 스스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체제를 더 확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함께 수요 관리와 전기요금 현실화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종근 서울대 교수(전기공학)는 "전기요금이 경제 규모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생산 현장에서 과도한 소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과도한 수요가 관리될 수 있도록 전력 시장에도 경쟁 원리를 도입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권고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을 묶어놓아야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특히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시장 원리를 계속 무시할 경우 전력대란은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력 수급의 근간이 포함된 에너지 기본계획이 부처별 이견 대립으로 지연되고 있는 점도 이번 정전대란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지식경제부 국정감사에서 최중경 지경부 장관, 윤상직 지경부 1차관,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오른쪽부터)이 정전 사태와 관련한 의원들 질의를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공청회를 열고 기본계획을 논의했지만 에너지 수요와 감축 목표에 대해 지식경제부와 녹색성장위원회 견해가 엇갈리면서 기본계획을 아직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경부는 "전력 수요 목표가 낮게 책정돼 현실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녹색성장위원회는 "전력 수요 목표를 너무 높게 잡는 것은 에너지 절감 취지와 맞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3월 일본 대지진으로 원전 사업에 대한 국민적 불신까지 증폭되면서 에너지 기본계획 수정 작업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대기업 위주로 책정된 전기요금 지원체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국감 자료에 따르면 전기요금 용도별 원가보상률의 경우 산업용이 89%에 불과한 반면 주택ㆍ일반용은 95%대에 달했다.

강창일 의원(민주당)은 "주택ㆍ일반용 소비자가 산업용 사용자의 전기요금을 보조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전력 사용 상위 10대 대기업은 전기요금이 가장 싼 경부하 시간대에 집중해서 전력을 소비함으로써 산업용 요금 형평성 문제 및 교차 보조에 따른 전기요금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수환 기자 / 강계만 기자 / 이상덕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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