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무장한 이론형 공학사 급증속 실무 인재는 '태부족'
2011년 07월 25일 (월) 10:54:43 손민지 기자 sky@epetimes.com

공기업 및 대기업 입사를 위해 취득하는 각종 국가 자격증으로 무장한 ‘이론형 공학사’들은 급증하는 반면, 실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문제해결능력과 실무적 능력을 갖춘 대졸 출신 공학 인력들의 유입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산업계 종사자들은 지적한다. <관계기사 3~4면>

전기 분야를 포함한 공학사들의 인력 양성과 관련해 산업계와 학계간에 수요와 공급의 ‘접점’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한전 등의 전력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준비생들은 각종 자격증으로 무장하는 ‘이론형 인재’로 변신하고 있다.

공기업 입사 준비를 위해서는 기사자격증(산업기사 포함)과 일정점수 이상의 토익점수가 요구되는 데, 이것이 일종의 ‘스펙경쟁’으로 변질돼 더 많은 수의 자격증과 높은 점수의 토익을 확보하기 위한 취업준비생들의 경쟁이 비생산적인 사회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업계 종사자들은 지적한다.

특히 전기공학 분야의 경우, 독학을 결심하지 않는 한 전기기사와 전기공사기사 등의 자격증 취득과 공기업 준비를 위해 학원수강료로 6개월에 100만 원 이상의 ‘공기업 취업 준비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의 속앓이도 만만찮다.

홈퍼니족, 이태백, 88만원 세대 등 신조어도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이런 사상 초유의 취업난 속에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전, 발전사 등 공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문은 좁아지면서 언제까지 공부를 지속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공기업 준비생들의 토로도 들려온다.

심지어 공기업 입사 준비생들은 스펙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입사 후 배치될 분야도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공분야와 동떨어져 있거나 전기 분야 저변에 있는 ▲소방설비기사 ▲공조기사 ▲기계기사 등의 자격증 취득에도 손을 뻗힌다.

지난해 한 공기업 입사 준비생은 “실제 면접장에서 6개의 기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도 본적 있다”고 말했다. 6개의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매년 4회 기사시험 일정을 근거로 평균적으로 1년 6개월에 달한다.

공기업 준비생들은 대체적으로 성공적인 공기업 입사를 위해 최저 3개 이상의 기사 자격증, 900점 이상의 토익, 관련 인턴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턴 경험을 제외한 나머지 요소들은 입사 후 승진 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공기업 준비생들은 문제은행에서 출제되는 정답 맞추기 형태인 일반적 지식 습득 위주의 공학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

이 같은 기사 자격증 취득과 토익점수 확보를 위한 취업준비생들의 ‘공부법’은 실제 공학교육에서 목표해야 할 ‘창의적 공학 능력’ 배양 및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문제해결형 인재양성’과는 거리가 멀다.

한전에서 차장급으로 근무하는 K씨는 22일 “요즘에는 스펙(토익, 자격증, 공모전 등)을 두루 갖춘 뛰어난 인력들이 많이 입사하고 있지만, 실제 실무에 투입됐을 때의 문제 해결 능력은 미흡한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전력그룹사 한 관계자 역시 “공학은 창의적인 능력을 키워, 업계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것이 목표인 데, 전기공학사들의 경우 회사 입사를 위한 통로로 자격증 취득에 매진하다 보니 4지선다형 문제 맞추기 식의 스펙 쌓기에만 급급한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전기 산업계에서 요구되는 인력과 학계로부터 배출되는 인력의 미스매치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대학에서부터 공학의 창의적 설계 능력을 배양하는 등의 노력으로 실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형 인력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전기업계 기관장들로 구성된 전기계발전포럼에서도 “산업계와 학계를 연결 짓는 통합적인 인력양성 기관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국립대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자격증 중심의 전기공학 인력 양성은 마찬가지로 문제라 보고 있다” 면서도 “스마트그리드, 태양광, 풍력 등의 신성장동력 유입과 그에 따르는 국가차원의 인력양성이 지속된다면 전기공학에도 전자공학과 같은 점진적인 혁신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